2009. 9. 12
2인승 자전거에 마누라랑 같이 탄 채, 딸내미는 캐리어에 매달고 달리고 싶어하던 대마왕의 바램은 동탄센트럴파크를 다녀온 후 더 강해졌다.
그 날 이후로 검색에 열을 올리더니 일산호수공원에 가면 가능하다는 걸 알아냈다.
당분간 평일도 쓸 수 있건만.. 성격상 하루라도 지체하는 걸 힘들어하는 그는..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일산행을 감행하고 말았다.. ^^;;
한 시간 이십분 걸릴 거리를 (물론 이 것도 정녕 짧은 시간은 아니다 -_-) 두 시간 걸려 가야했다.
차가 막힌 탓도 있었겠지만 아직 초보인 내가 운전을 했기 때문에.. 음.. ㅠ.-
암튼 도착하니 3시 반이었고 허기진 우리는 일단 먹기로 했다.
대마왕이 역시 알아둔 대화동의 맛집 그린큐~
찾아가보니 고깃집이 아니라 맥주집이어서 조금 당황했음- 당연히 아기의자 같은 건 있을 리 없고.. ^^;;

그래도 가격 착한데다가 서비스도 만점! 맛도 만점!!
대마왕은 뜬금없이 맥주 시킨다.. 우린 아직 오늘 일정 시작도 안했는데.. ^^;;;
그런데 엄청 달고 맛있었다. 두 시간의 운전이 잔뜩 긴장한 초보에게는 고된 노동이었던게지~ㅎㅎ

대마왕이 모듬세트를 시키자, 정말 선해보이는 여주인장이 양이 많을거란다.. 거의 4인분에 가깝다고.. ^^;;
그렇지만 남기면 싸줄 수는 있다는 말에 그냥 시켰다.
오오.. 정녕 우리가 원하던 맛!!
처음 나오는 샐러드와 묵밥, 두부도 맛났지만 메인 메뉴는 환상이었다.
참숯직화화로구이라는데.. 음.. 삼겹살, 가브리살, 오리, 수제소세지, 통오징어가 맛나게 구워져 대령했다.
우리는 고깃집으로 알고갔으나, 그곳은 맥주집이었던고로 3시반에 손님은 우리 밖에 없었고
한눈에 척보기에도 인심좋게 생긴 주인장은 너무나 친절하게 감동써비스를 펼쳐보이셨으니..
사이다 시키는 대마왕에게 탄산은 아기에게 못주지 않냐며 자기가 주방에서 매실쥬스를 만들고 있단다..
그리고는 그걸 맥주 주전자에 가득 담아 나와서는 서비스로 주었다.
우리 딸 너무 맛있어하며 세잔은 마셨고, 나올 때 남은 매실쥬스와 딸랑 한개 남은 소세지(그걸 둘이 다 먹은거군아..^^;;)까지 정성껏 싸주었다.
정말 다음에 또 오고 싶은 곳~ ^^*

배불리 먹고 공원으로 오자마자 자전거를 빌렸다.
2인승 자전거에 캐리어달고 아가들과 함께 달리는 가족들이 이곳에선 아주 많았다.
이 정도 규모의 공원이 아니라면 그런 자전거를 끌 수조차 없을 것 같았다..
일산호수공원은 처음 와 보았는데, 정말 멋졌다.
셋이 한장 찍고싶어 삼각대도 없이 카메라를 차에 얹어두고 얼렁뚱땅 한장 ㅋ
슬이는 캐리어에 갇혀 얼굴도 잘 안보인다. ^^;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뒤에서 슬이는 신나서 노랠 부르고.. 달리는 내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자전거 대여하는 곳에서는 한 바퀴 돌면 한 시간이 금방 갈 거라고 했지만
우리는 너무나 스피디하게 돌았던 탓인지, 두 바퀴를 너끈히 돌았다.

그래도 뭔가 허전해서 옆에 서있는 아저씨에게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찍을 위치까지 알려주며..
함께 쌩쌩 달리는 사진을 찍고싶었지만 그건 일행이 아닌 이상 불가능 한 일.. 그게 제일 아쉬웠음.

자전거 대여한 한 시간은 금새 지나가고..
자전거 반납하고 나서 슬이 바나나우유 하나 사들고 다시 공원으로 왔다.
공원은 너무 아름다웠지만 벌써 어스름 해가 지는데다가 날씨가 추워져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다음 번엔 좀 더 일찍가서 사진도 찍고, 돗자리 펴고 쉬고, 김밥도 먹고.. 그런다음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생각..

두 시간 걸려 찾아가서 그리 오랜시간 즐기진 못했지만 너무 즐거웠던 소풍이었다.
그 어떤 여행보다 알차고 재미있었다.
돌아오는 길도 차가 엄청 막혀 대마왕이 고생했다..
자전거 앞자리에서 두 여자를 감당하며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다니고 (그것도 무지 쌩쌩~),
아빠에게 안겨 온갖 묘기를 부리는 딸 붙들고 한 시간을 놀았으니 얼마나 고되었을꼬..
엄마는 2시간 운전에 1시간 자전거 빡시게 타고는 슬이보다 먼저 차에서 잠들어버리고, 한참 뒤 슬며시 깨어 눈을 떠보니..
딸은 콜콜 잘자고 있었으나 대마왕은 몰려오는 잠을 참으려고 뻥판을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짠~~한 마음.. 매순간 스탠바이 상태여야 하는 엄마노릇만큼 힘든 가장노릇. 아빠노릇.
그래도 늘 당신때문에 행복해..
자기가 끌어주는 자전거 뒤에 앉아 그 넓은 등을 바라보며 했던 생각들-
너무 든든하고 듬직하지만 정말 나와 슬이를 매순간 이렇게 끌어주느라 힘들겠구나.. 저 등 뒤에 우리 둘이 무겁게 매달려있구나..
언제나 감사하다. 당신이라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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